1950년대 미국 중북부의 미네소타 주 세인트루이스파크 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토머스 프리드먼()40년 이상 중동과 미국에서 기자과 칼럼니스트 경험을 하였다. 2014년 초 21세기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하던 톰은 주차요금소에서 일을 하던 에티오피아 출신 이민자를 만나는데, 이 이민자는 자신의 국가를 위해 매일 저녁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만남을 통해 시대가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 톰은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왜 칼럼니스트 일을 하고 있고, 오늘날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며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톰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많은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결국 기술만이 아니라 환경과 세계도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하였고, 이러한 가속의 시대에 있는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톰은 이 책을 쓰던 중 매우 바빴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약속시간이 늦은 상대에게 당신이 늦게 와줘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늦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이 때 느낀 약속에 지각한 상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 책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늦어서 고마워

나는 늦었는데 왜 고맙다고 하는 거지?’ 이런 의문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야 이 반어적인 표현에 담긴 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톰은 크게 세가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자신의 대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 주제는 ‘IT 기술이다. 톰은 와인 업계의 빈티지 연도가 있듯이 컴퓨팅·네트워크·소프트웨어 등 IT 기술의 기반이 급속하게 발전한 2007년이 ‘IT 업계의 빈티지 연도라고 하였다. 이 빈티지 연도를 기점으로 톰이 슈퍼노바라고 명명한 클라우드 등 IT 기술이 무어의 법칙을 계속 연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첫 번째 주제로 ‘IT 기술을 언급한 것은 IT산업에 종사하는 지식근로자인 나에게 굉장히 반가웠다.

‘IT 업계의 빈티지 연도(2007)’는 나에게도 빈티지 연도이다. 내가 20살이 되어 해군사관학교에서 입교한 영광스러운 해였기 때문이다. 톰이 이 책을 쓰고 있던 20153월 나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대위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회에 도전하기 위해 전역을 결심하였다. 그리고 톰이 에티오피아 이민자와의 만남 후 자신에게 물었듯이 나도 나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방에서 혼자 고민 하던 중 왠지 나에게 답을 줄 것 같은 책 한 권이 보였다. 그 책은 사관생도 2학년 교양수업 교재였던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출판한 세계문화사였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읽어보니 그 전에는 잠만 오던 책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세계문화사를 통해 나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과 역사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세계사 흐름의 연속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다.

세계문화사에 이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었다. ‘총·균·쇠에서는 최초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부족, 도시국가, 제국, 국가를 이뤄가면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직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물었다. ‘어떤 직업이든 의미가 있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까?’ 본격적인 나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15권의 책을 더 읽었다.

그 고민의 끝은 IT기술자였다. 이유는 톰이 말한 가속의 시대에서 살아 남으려면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만 하겠다고 판단했고,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기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톰과 나, 우리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하루하루가 역사가 된다. 이러한 인류 역사에서 톰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IT 기술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에너지원은 몇 가지밖에 없다. 몇가지 에너지원은 불과 전기, 그리고 컴퓨팅이 그것이다. 그리고 컴퓨팅이 불이나 전기보다 더 심층적인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IT 기술의 발전 가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는 반면에 정부나 기업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하며, 톰은 카약을 타고 급류에서 안정성을 높이려면 노를 물의 흐름만큼, 혹은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이 기술 이외의 모든 일에서 혁신을 이루는 역동적 안정성을 제안한다.

두 번째 주제는 환경 문제. 톰은 검은 코끼리로 환경문제를 비유하며 그 심각성을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 실제 경험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검은 코끼리란 언젠가 검은 백조와 같이 엄청난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 해결하지 않는 문제라고 한다.

나는 2015년 대니얼 예긴의 ‘2030 에너지전쟁을 읽고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최근에 읽은 사피엔스의 미래에서도 현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토론참가자 4명 모두 가장 위험한 문제가 환경문제라는 것에 동의했다. 톰도 토론에 참가했다면 환경문제의 위험성에 동의했을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탈탈냉전이다. 톰은 현재 우리 세계가 미국 중심의 탈냉전 시대를 지나, 탈탈냉전 시대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탈탈냉전 세계란 미국이 여전히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만큼의 힘은 있으나 비교적 힘이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IT 기술의 급격한 발전, 환경 문제에 따라 더욱 광범위하게 세계가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에서 수 많은 난민들이 혼돈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 중심의 질서의 세계를 흔들 것이라고 하며 탈탈냉전의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한다.

‘IT 기술’, ‘환경 문제’, ‘탈탈냉전의 주제로 현재 가속의 시대를 움직이는 동력을 설명한 톰은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아래와 같이 말하며 태풍의 눈에서 춤을 추라고 한다.

지금 같은 시대에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태풍의 눈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태풍의 눈은 폭풍과 함께 움직인다. 태풍의 눈은 태풍으로부터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그 안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를 만든다. 그것은 역동적이면서도 안정적이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가속화의 흐름에서 도망칠 수 없다. 그 안으로 뛰어들어서 가능한 한 그 에너지와 흐름들을 이용하고 그 흐름들과 같이 움직이며, 그것들을 활용해서 더 빨리 배우고 더 똑똑하게 설계하고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닻을 내린 것처럼 안정성을 찾고서 나 자신과 가족들이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기 위해 우리 자신의 태풍의 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톰의 태풍의 눈은 자신의 고향인 미네소타 주 세인트루이스파크 시이다. 톰이 고향에서 자랐던 1950~1970년대에 그곳은 유대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백인들과의 갈등도 있었지만 지역공동체, 정치가, 사업가 등 사람들간의 소통이 잘되었고, 유대관계가 잘 이루어져 부유하진 않았지만 공공의 혜택을 많이 누릴 수 있었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가속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대안이 될 거라고 가정을 했고, 많은 사례들을 분석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가장 미국적인 철학을 만든 철학을 만든 미국 철학자로 평가받는 존 듀이는 자신의 저서 현대 민주주의와 정치 주체의 문제에서 민주주의는 고향(home)에서 시작해야 하며, 민주주의의 고향은 이웃(neighborly) 공동체이다.”라고 했다. 당시 세인트루이스 파크 사람들은 정부는 타협하고 결정하고 민간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있으며 민간 부문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이해했다고 하는데, 존 듀이의 철학을 잘 나타내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나의 태풍의 눈은 무엇일까?’

나는 ‘IT 기술자라는 목표를 정한 후 201510월부터 코딩 공부를 시작해서 독학 10개월, 교육기관 10개월, 18개월 동안 전자공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공부를 하였고, 실무에서 18개월 동안 IT관련 기획, PM, 사업관리, 개발 등 전 분야의 일을 하였다. 이렇게 IT분야 경력을 쌓아가던 중 내 기술 개발에 조금 더 집중해보고 싶고, 1인 비즈니스 능력을 키워보겠다는 욕심으로 20192월 퇴사하여 3개월간 다양한 분야를 학습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혼자서 돈에 대한 고민, 나 자신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이 하였다. 그 결과 모든 일을 하려는 건 다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겠다고 깨달았다. 이렇게 나는 톰이 말한 춤을 출 수 있는 태풍의 눈을 찾아가고 있다.

톰은 책을 쓰던 2015년 여름 고향에 방문해 어릴 적 작고 앙상했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 “그 나무들과 나는 모두 같은 토양에서 자라났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개인적·정치적·철학적 교훈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것은 세계가 우리들에게 가지를 더 많이 뻗으라고 요구할수록 우리는 각자 신뢰의 토양에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토양에서 풍요로워져야 하며, 다시 그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야 한다. (중략) 우리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곳과 진정한 공동체에 여전히 결속되어 있다는 걸 알면 먼 곳으로 대담하게 나아가기가 훨씬 더 쉽다. 미네소타와 세인트루이스파크는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그곳은 나의 닻이었고, 돛이었다. 나는 여러분이 성큼성큼 걷다 잠시 멈추고 자신의 닻을 찾을 수 있도록 이 책이 어떤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때문에 조금 늦더라도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늦어서 고마워

자신이 가속의 상황일 때 여유를 갖게 해준 약속에 늦은 상대에 대한 정말 고마운 마음이 담긴 반어적인 표현이지만 톰의 진심이 담긴 제목이다. 톰이 우리 세계, , 자기 자신에게 늦더라도 우리 토양을 더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괜찮고, 정말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면 고맙겠다 라는 의미이다. 톰은 우리에게 늦어주길 바라고 있고, 늦어준다면 정말 고마워할 것이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2019년 6월 15일 토요일 노용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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