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일즈맨이다.

 마이크로칩의 세일즈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일즈맨은 엔지니어, 건축가, 회계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정말 좋은 세일즈맨은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을 돕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 합니다."

 세일즈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다. 전통적인 세일즈는 무엇을 파는 것이다. 무엇을 팔지 않지만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하는 것은 비판매 세일즈이다. 만약 당신이 세일즈맨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당신도 비판매 세일즈맨이다. 우리는 세일즈맨이다.

 나는 일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비판매 세일즈맨이다.

 나는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낸다. 품질만큼 시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품질을 높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은 항상 제한적이다. 다시 말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해낸다. 이렇게 일이 처리되면 상사나 고객의 눈에는 품질이 낮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끔 일을 대충하거나 제대로 안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라도 하면 나는 상당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 일이 처리되는 세부적인 과정보다 결과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도 많이 있고, 이런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크다. 항상 반성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다.

 작가는 일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수평조직의 세계와 격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은 고정된 기술에 벌을 주고 유연한 기술에 상을 준다. 오늘날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개인들은 기능적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설계자도 분석해야 하고, 분석가도 설계해야 한다. 마케터도 생산해야 하고, 생산 담당자도 마케팅해야 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지식을 쌓고 문해력을 향상시켜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내 업무 능력이 향상되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회사에 더 좋은 것이다. 회사에 공부하러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다. 돈을 잘 벌려면 일을 잘해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한다.

 글을 쓰는 이유도 말하고 토론하는 능력을 키워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사실 토론은 커녕 대화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없고 관리자만 있다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직접 해보지 않았고, 직접 해보라고 하면 못할 업무를 별 거 아니라고 하면서 지시하는 관리자를 만났을 때는 정말 궁금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이렇게 업무 지시를 하는 건지. 대화는 커녕 말하기, 듣기조차 안되는 상황이었다. 나도 노력해야 하고, 일하는 모든 동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일을 잘하고 싶은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비판매 세일즈를 한다.

 우리가 비판매 세일즈를 하고 있는 지금, 사회는 정보 비대칭 사회에서 정보 대칭의 사회로 바뀌었다. 정보 비대칭의 사회에서는 비교적 정보가 많은 판매자들이 세일즈맨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상품을 판매하였지만, 요즘은 정보 대칭의 사회이다. 고객이 판매자와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이 알고 있을 경우도 있다. 정보 대칭의 사회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세일즈맨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고민하며 찾아주고, 해결해줄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호주 최고의 IT회사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 아틀라시안은 별도의 세일즈맨이 없다. 모든 직원이 세일즈맨이기 때문이다. 아틀라시안 공동 창업자 캐넌 브룩스는 이렇게 말했다. “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들의 업무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해당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하며, 독특하고 고유한 특징을 구축하고, 고객을 움직여서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1년에 25,000만 달러 이상의 소프트웨어를 팔고 있는 미국 최고의 빅데이터 기업 팰런티어도 역시 세일즈맨이 없고, ‘전진 배치 엔지니어들(forward-deployed engineers)’을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정보 대칭의 사회의 비판매 세일즈맨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세일즈맨이나 결과만 확인하는 관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고객과 동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찾아내고, 해결해주는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유연한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이자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2019년 6월 23일 일요일 노용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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